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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이 하고싶어요끄적끄적/생각 주머니 2020. 4. 9. 13:16
왜?
계기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20대 초반에 롤에 한창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매일 8시간을 피씨방 모니터 앞에 앉아서 남들은 스트레스 풀기위해 하는 게임에 나는 목숨을 걸었었다.
당시 티어는 다이아였고, 올스킨은 아니였지만 돈주고 살수없는 기간한정 스킨들도 꽤 많았다.
그렇게 목숨같던 계정을 해킹당했다...
중국 IP로 마지막 접속기록이 확인되었으며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으로 영구정지를 당했다.
지금은 현생이 바빠 롤을 포함한 게임들을 잘 하지못해 이렇게 덤덤하게 글을 써내려가지만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큐가 잡힐때마다 가슴 한쪽이 저려왔다..
해킹을 당했었던 그 당시에 잡아보겠다고 몇시간동안 구글에 IP추적, 중국해킹, 중국비행기티켓, 살인죄형량 등을 검색했었다.
그렇게 검색하다보니 네트워크 통신에 대한 내용과 양방향 암호화에 대한 글들에 굉장히 흥미를 느꼈었고, 직업으로 삼아서 이런 나쁜**들 다 적폐청산 해보자 라는 생각이 계기가 되었다.
어떻게?
본격적으로 IT분야에서 직업을 갖기위해서 시작했던 첫 걸음은 학원이였다.
국비지원을 받으며 6개월동안 "ICT 정보보안 통합 엔지니어 양성 과정" 이라는 화려한 과정명을 가진 수업을 이수하였다. 수많은 학원들과 비슷한 커리큘럼으로 진행되었다.
네트워크 > 서버 > 모의해킹 > 프로젝트
다만 다른 학원들과 다른점은 당시에 강사님이 화이트해커로 국내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분이셨고, 굉장한 열정을 갖고계셨다.
수업을 열심히 들어가며 조언을 받기도 하고, 혼자 고민과 고심끝에 테크트리를 세워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에 내 학력은 고졸이였으며 아무런 경험도 없는 "쌩"신입 이였기때문에....
그 어떤 보안 회사에서도 나를 채용해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또한 끊임없이 공부해야하는 분야라고 생각했으며 네트워크, OS, DB, 개발 등 많은 분야의 경험들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목표는?
네트워크, 서버, OS 등 필드 엔지니어링
웹, 프로그램, IPS, 방화벽, 보안솔루션 등의 소프트웨어 개발
빅데이터, DBA 등의 데이터 사이언싱위의 모든 항목을 다 경험해보면 좋겠지만, 최소 2~3년씩 거쳐간다고 해도 대략 합이 25년이 훌쩍 넘는다.
그래서 최소 10년에 대하여 네트워크와 서버 엔지니어링,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사이언싱의 분야에서 경험하며 공부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굴러보기로 결심했다.
학원을 이수한 후 첫번째로 작은 네트워크 회사에 취직했다.
(보편적으로 관련 과정을 이수하면 수료생의 70%정도는 네트워크 혹은 OS 쪽으로 취직한다.)
직책은 네트워크/서버 필드엔지니어 였으며, 서울 곳곳에 퍼져있는 고객사를 다니며 장비 유지보수를 했다.
CISCO 장비들을 다뤘으며 RB, DDI, PTRG 등을 주로 만졌다.
타지로 몇개월간 파견을 나가기도 했다. 체력적으로 힘이 들더라.
개인적인 사정까지 더해져 1년을 채우지못하고 그만두었다. 개인적으로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아쉽다.
두번째로 웹 에이전시에 취직했다.
직책은 백엔드 개발자.
갑자기 어떻게 개발자가 되었냐고?
학원을 다닐때 모의해킹을 위해서 웹 환경을 간단하게 구성한 적이 있다. 당시에 구성 환경은 APM이였고, 뷰단은 크게 신경쓰지않았고, sql injection을 위한 목적이 컸기때문에 WAS를 구축하는데 시간을 많이 쏟았다.
그 과정이 굉장히 재밌었고, 백엔드 개발을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갖게되었다.
첫번째 퇴사 이후 한달동안 포트폴리오를 준비했고, 운이좋게도 학원 동기들 가운데 유일하게 개발자로 취직할 수 있었다.
CMS 기반의 웹을 개발하였으며, 주 언어는 PHP를 사용했다. 간혹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따라 파이썬으로 API를 개발하거나 하는 엉뚱한 업무도 맡았으며 힘들었지만 재밌게 일했다.
더 이상 배울게 없는 회사라고 생각하여 3년차에 그만두었다.
(당시엔 힘들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재밌는 회사였으니 나중에 따로 글을 쓸 예정! 티저:영원한 스타트업)
그리고 지금은 보안 솔루션회사에서 보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하고있다.
현재는 취약점 진단관리툴, 모의해킹 훈련솔루션 등을 다루며 자사 제품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담당하고있다.
항상 꿈처럼 생각했던 일들이 조금씩 현실화 되어간다는걸 느끼게되니 아직도 얼떨떨하지만,
(드디어 보안에 발을 딛게 된 게 너무 행복하다!)
좁은 시야로 열심히 걸어오다보니 여기까지 오게된 게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비록 창대한 목표를 이룬것은 아니지만 기준은 누구나 다르지 않겠는가!
구글을 신처럼 모시고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읽어가며 밤을 새워 공부하고 준비할때 처럼,
여유가 조금 생긴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같은 수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 (물론 나도 허덕이는 중이지만...)
앞으로 이 공간은 누군가에겐 조금 더 이른 퇴근을, 다른 누군가에겐 지친 하루의 위로가, 그리고 어떤 이에게는 유익한 지식의 장이 되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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